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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 寧國寺에서 -
(4) 죽으면 이곳으로 와야겠다산신각을 끼고 왼쪽으로 난 대나무숲 속의 작은 길을 걸어가면 옛 절터가 있다. 군데군데 잣나무가 서있고 기왓장이 부서져있고 주춧돌이 있는 텅빈(그러나 나무가 무성한) 편편한 터가 나온다. 주위는 숲이고 위는 나뭇잎과 가지로 덮여있어서 햇빛이 잘 들지 않는, 비밀의 화원같은 곳이다. 누런 잣나무 잎들이 수북히 쌓여있어 푹신푹신한 바닥에서는 가끔 희고 분홍빛이 도는(제삿날 상에 놓는 사탕과 비슷한) 버섯이 솟아올라 있기도 하다. '사사삭~' 하는 소리에 놀라 고개를 드니, 청살모 한마리가 잣나무 가지에서 가지로 재빨리 움직인다. 그곳을 나와 산신각 앞에 앉았다. 대웅전의 기와와 그 사이로 난 박꽃잎, 그리고 어제 하얀+갈색 고양이가 앉아 비를 피하던 대웅전 뒤의 짐무더기가 보였다. 햇살이 비치고 있다. '죽으면 이곳으로 와야겠다.'
천년 가까운 세월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나처럼 쉬고갔을 것이다. 2000.0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