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寧國寺에서 -

(3) 날벌레들의 춤

밤새 또 비가 내렸고, 지금은 산너머에 해가 떠오르고 있다.
노란 빛이 사방에 지천으로 뿌려진다.
나는 은행나무 그늘에 앉아 나무위로 날벌레들이 춤추는 것을 바라본다.
나뭇잎은 반짝거리고, 날벌레들은 햇빛에 겨워 꿈을 꾸듯 날아다닌다.

어젯밤 내내 그생각을 했다.
이 거추장스런 몸이 작고 작아져서 풀벌레만하게 되고,
입도 없어져서 죽은듯이 나뭇잎 아래 숨어있었으면...
나는 아마도 그 아래에서 얼마동안 울고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오늘처럼 노란 햇살이 비치면, 저 날벌레들처럼 날개를 펴고 날아올라 즐겁게 춤출것이다.
젖었던 날개는 햇빛에 반짝이며 말라갈 것이다.

2000.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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