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寧國寺에서 -

(6) 그린다는 것은

그린다는 것은 무언가의 혼을 끄집어내어 내것으로 만들었다가
다시 뱉아놓는 것 같은 느낌이다.
가지 하나하나. 주름살 하나하나에 새겨진
그의 정신, 고통, 기쁨들. 그것을 이해하고,
그것을 다시 손끝으로 느끼고, 긋는다.
모든 것은 선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삶을 그 선에 담고있다.
오래된 나무의 울퉁불퉁한 가지
그 안을 잘라보면 오랜 세월 만들어낸
여유롭게 굽이치는 나이테의 선들이 있다.
코스모스 꽃잎의 단순하고 단아한 곡선
짧고, 여린 선이지만 단순하고 강렬하다.



2000.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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