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Cool Black Dog
처음으로 새벽 예불에 참석했다. 밤부터 풀어놓은 검둥개 한순이가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새벽 법당을 신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검푸른 새벽, 스산한 공기와 울려퍼지는 목탁소리 사이로 소리없이 뛰어다니는 검은 개의 모습.
묶어놓았을 때는 잠만 자서 이름이 '잠순이'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한순이'였다. 예쁘고 깨끗한 클로버 잎사귀를 따주었더니 잘 먹었다. '토끼가 먹는거래'라고 일러주었지만 듣는둥 마는둥 한다. 길이는 60~70cm 정도에 검은털과 누런털이 섞여있다(7:3 정도로). 다리는 길고 곧으며 어깨는 견고하고 배쪽은 날씬한 것이, 날 바라보는 눈빛은 가히 모든 것을 버린 철학자의 그것이다.
얼굴은 검은데 눈쪽에 누런 점 두개가 나 있어서 나로하여금 무슨 물고기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했다. 동물들은 눈을 먼저 공격하거나 눈으로 상대방에게 자신을 알린다.
그래서 가짜눈을 몸 어딘가에 달고있는 물고기 이야기였다.
예불과 공양이 끝나고 산책을 나섰다. 아침 안개가 끼어, 온 천지의 보이지 않던 거미줄이 다 드러났다. 안개가 거미줄에 촘촘히 달려 진주목걸이처럼 되었다.
2000.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