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寧國寺에서 -

(10) 사색하는 개구리

사색하는 개구리 봉숭아 잎사귀 위에 앉아있는 작은 청개구리를 보았다. 거북이가 네 발을 모두 집어넣은 것처럼 발을 몸안으로 붙이고 앉아서 꼼짝하지 않았다. 이곳에 와서 갈색 개구리와 무당개구리와 두꺼비를 보았는데, 청개구리는 처음이었다.

그 다음날도 그 청개구리(라고 나는 생각했다)를 보았다. 다만, 크기가 오히려 좀 작아진 거 같이 느껴진다. 역시 꼼짝않고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길래 우산 끝으로 엉덩이를 살짝 밀었다. 놀라서 네 발을 쑥 내밀었는데 보니 발이 너무 예쁘다. 그 다음날도 역시 그놈(이라고 또 나는 생각했다)이 눈에 띄었다. 놈은 꽃밭 옆 대나무로 만든 담 위에 모로 앉아서 또 골똘히 무엇인가 생각하고 있었다.

'잎과 같은 색깔이라 눈에 잘 안띄는데 한번 눈에 띄기 시작하니까 금방 찾게 되는구나'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리고 눈을 들어 대나무를 따라가다 보니, 그놈과 같은 청개구리가 또 하나, 또 하나... 다섯마리나 더 있었다. 놈들은 적당한 간격을 두고 이방향 저방향으로 앉아 생각들을 하고 있었다. 나는 실소를 터뜨렸다. 게다가 놈들은 마치 유전자 조작으로 복제해놓은 거 같이 똑같았다(이렇게 말하면 놈들 각각이 매우 기분나빠할테지만 내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결국 내 마음속에 있던 '사색하는 개구리'가 어떤 놈인지 도무지 알수가 없게 되었다.

2000.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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