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寧國寺에서 -

(9) 시간의 흐름이 다르다

이곳에 있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벌써 일주일이 되었다. 이곳에선 시간이 희한할 정도로 느리게 간다. 바깥에 있으면 너무도 많은 것들이, 많은 관계들과 많은 자잘한 일들(별로 쓸모없는), 공간들이 있어, 이것저것에 신경을 쓰고 돌보아야 하고 왔다갔다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는 (스님 말씀처럼) 나 자신만을 위해 시간을 온전히 쓸 수 있다.

무한의 시간. 무한대의 고요. 무한의 상념들.
잊고 있었던 많은 가치들을 떠올린다.
꿈도 마음껏 꾸고, 피곤하면 쓰러져 자고, 내키면 책을 읽거나 뭔가 끄적거린다.
성공도, 실패도 없다. 그저 충만한 기쁨과 감사가 있을 뿐.

법당에 갔었다. 아무도 없었다. 자주색 향과 초록색 향을 하나씩 피우고 촛불을 하나 켰다. 편안한 마음이 되고싶었다.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강하고 호수같이 넓고 잔잔한 마음을 갖고 싶었다.

<애욕과 근심, 이 두가지를 버리는 일. 침울한 기분을 없애는 일. 후회하지 않는 일. 고요한 마음과 깨끗한 생각과 진리에 대한 사색을 먼저 할 것. 이것이 무명을 깨뜨리는 일이며, 요해에 의한 해탈이라고 나는 말한다.>

- 불교경전 <숫타니파타> 中

2000.08.24

<< previous |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