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나비의 죽음 늦여름 寧國寺에서 -

(8) 검은 나비의 죽음

처음엔 검은 나비가 꽃에서 꿀을 따느라 팔락거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움직임이 보통 나비의 그것처럼 우아하지 않았다. 나비는 검고 큰 날개에 주황색 무늬가 보석처럼 박힌 우아한 것이었다. 아주 가까이 가서 한참을 들여다본 후에야 봉숭아 잎사귀색과 같은 색의 사마귀가 검은 나비의 날개 윗부분을 잡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비는 이미 머리부터 사마귀에게 먹히고 있었다. 하지만 살아있었고, 다리를 움직거리고 있었다. 사마귀는 내가 저녁 공양을 마치고 다시 돌아갔을 때까지 1시간 정도에 걸쳐 그자리에서 천천히, 움직이지 않고 나비의 몸통 부분을 다 먹어치웠다.

<2000년 4월 29일 밤 11시 중대 용산병원, 꽃 한송이가 졌다.
'검은 민들레'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했던 한 사람이 향년 58세를 끝으로 목숨을 꺾었다.
그의 낙화로 인해 한국 반공해운동사의 한 장이 또한 접혔다.
박길래. 그 이름은 무한증식의 본능을 가진 자본주의 산업사회의 희생양이며
이 사회가 키워낸 공해병 때문에 넝마처럼 해진 육신과 영혼이다.>

- 월간 <함께사는 길> 6월호 中

2000.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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